시대가 달라지면 글쓰기도 달라져야 한다. 글쓰기의 본질은 불변한다. 표현하고 접근하는 방식이 달라지는 것이다. 상황과 필요에 맞아야 한다.

고전의 글은 오늘도 살아있다. 우리는 소크라테스의 <변론>을 들으며 가슴을 친다. 정약용의 편지를 읽으며 눈물 짓는다. 본질의 울림 앞에서 세월은 장벽이 되지 못한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매체가 달라지면 글쓰기에 변화가 필요하다. 묵직한 본질 위에 상황에 맞는 수사(修辭)를 더한다. 글은 날개를 얻는다. 매체는, 미디어는, 그렇게 메세지가 된다. 이태준은 글쓰기 고전인 <문장강화>(1946년)에서 이렇게 말했다.

“현대는 문화 만반에 있어서 개인적인 것을 강렬히 요구하고 있다. 개인적인 감정, 개인적인 사상의 교환을 현대인처럼 절실히 요구하는 시대는 일찍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감정과 사상의 교환, 그 수단으로 문장처럼 편리한 것이 없을 것이니 개인적인 것을 표현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탐구하는 것은 현대 문장연구의 중요한 목표의 하나라 생각한다.

전화로 말소리를 그대로 들을 뿐 아니라 텔레비전으로 저쪽의 표정까지 마주보는 시대가 되었다. 어찌 문장에서만 의연히 ‘편지 사례 모음집’ 같은 것으로 배운 상투적인 문장을 쓰면서 그 속에 현대의 복잡다단한 자기 표현이 담기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인쇄술이 등장했을 때도, 텔레비전이 등장했을 때도 글쓰기에 변화가 찾아왔다. 매체와 표현 방식에 조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가 왔다. 글쓰기에 변화가 필요하다. 아쉽게도 디지털 시대의 글쓰기 방법은 생각보다 활발히 이야기되고 있지 않다. 이야기되는 것도 파편적일 때가 많다.

디지털 시대의 글쓰기

모두가 작가요 기자인 시대다. 휴대폰으로 노트북으로 저마다 글을 쓴다. 이전 시대에 작가는 구별된 사람이었다. 작가의 글은 출판이라는 구별된 과정을 거쳐, 책이라는 구별된 매체로 전달되었다. 글쓰는 직업은 모두 그랬다.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 사이에 간격이 있었다.

그 간격 사이에는 여러 단계와 사람들이 있었다. 작가의 글을 발견하는 편집자와 출판사가 따로 있고, 영업과 유통이 따로 있었다. 아날로그 시대에 작가는 쓰는 일만 맡았다. 디지털은 다르다. 편집에서 마케팅까지 하나로 녹아있다. 독립된 작업들의 연결이 아니다. 네트워크나 생태계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거대한 용광로다. 하나의 생명체다. 쓰고 발견하고 반응하고 확산하는 모든 과정이 유기적이다. 저술, 편집, 출판, 영업, 유통이 융합되어 있다. 구분은 필요하나 분리되는 일이 아니다.

검색되는 글쓰기의 법칙

나는 노트북으로 글을 쓴다. 건너편 학생은 네이버를 검색한다. 구석의 연인은 셀카를 찍으며 페이스북을 오간다. 우리는 각자 인생을 살다가 우연히 스타벅스에 들어왔다. 그러나 늘 연결되어 있다. 때로는 읽고, 때로는 쓰고, 때로는 전파하며 함께 살고 있다. 웹에 접속하면서 우리는 거대한 유기체의 일부로 산다.

쓰기와 읽기 사이의 구별은 이제 큰 의미가 없다. 저자와 독자 사이에 간격이 없는 것은 물론이다. 더 나아가, 쓰기 안에 ‘누군가의 읽기’가 포함될 수 있다. 읽기가 쓰기보다 앞설 수도 있다. 극단적인 예를 보자. 언론사들이 포털의 실시간 인기 검색어 맞춰 기사를 쓴다검색하며 읽고 있는 사람에게 검색어에 맞춰 생산된 글이 전달된다.

아날로그 글쓰기로도 디지털 글쓰기에 동참할 수 있다. 그러나 딱 “글쓰는” 역할 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이전 시대처럼, 선의의 편집자나 권력자나 반응에 기댈 뿐이다. 디지털에서는 콘텐츠 내용만 작성하면 끝이 아니다. 발견되고 읽히고 공유되는 일에도 신경써야 한다. 저자의 역량에 따라 지경(地境)이 달라진다. 전체를 보는 눈이 없으면 제자리를 맴돌게 된다. 우물 안 개구리들만 보는 글이 된다.

디지털 시대의 독자는 3단계로 움직인다.

  1. 검색한다(Search) – 네이버, 구글, 다음 등 검색엔진에서
  2. 읽는다(Read) – 글이 있는 홈페이지에서
  3. 공유한다(Share) – 페이스북, 블로그 등 소셜미디어에서

검색(S), 읽기(R), 공유(S). 줄여서 SRS라고 부를 수 있다. 한 편의 글도 같은 과정을 거친다. 검색된다. 읽힌다. 공유된다. 디지털 미디어에서는 이 과정들이 융합되어 있다.

글의 발견은 검색엔진이 담당한다. 글의 읽힘은 홈페이지가 담당한다. 글의 공유는 소셜미디어의 몫이다. 네이버와 구글이 문을 연다. 수 만의 아르고스를 거느린 검색엔진이 콘텐츠를 발견한다. 목마른 독자들은 검색한다. 비교하고 기억하고 욕망한다. 선택한 것을 읽는다. 읽은 경험과 평가를 소셜미디어로 퍼뜨린다. 비난하고 비호한다. 흐름을 탄 글은 다시 또 검색된다. 읽힌다. 공유된다. 심지어 읽힘 없이 검색과 공유만 되는 경우도 생긴다. 그렇게 돌고 돈다. 화제가 된다. 대박이 난다. 이런 과정을 뒤집어 생각하면 디지털 시대의 저자가 할 일은 분명하다.

  1. 검색되는 글을 쓴다
  2. 읽히는 글을 쓴다
  3. 공유되는 글을 쓴다

3단계인 동시에 3요소다. 디지털 시대의 글쓰기, 다른 말로 ‘콘텐츠의 디지털 혁신’은 융합된 글쓰기를 하는 것이다. SRS가 내장되고 연결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글쓰기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지만, 표현하고 접근하는 방식에서 새옷을 입어야 한다.

적지 않은 기업과 사람들이 여기서 실패한다. 디지털 전략을 말하지만 헛발질이 많다. 언론사들의 디지털 빈깡통 혁신, 국정원의 댓글 공작, 드루킹 사건 호들갑, 유튜브 가짜 뉴스 등은 모두 디지털 글쓰기에 대한 무지 또는 착각에서 나온 것들이다.

디지털 글쓰기 3단계 중에서 가장 시급한 1단계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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